인천의 모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우리 회사는 산업용 밸브를 만드는 업체였는데 새끼손가락만 한 제품부터 성인 남성 팔뚝만 한 제품까지 종류가 많고 다양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부서는 'Q·C'였는데 주로 '버니어 캘리퍼스'를 이용해 제품을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성적서에 기록하는 게 나의 주 업무였다. 어린 사람들은 안 그러는데 꼭 보면 연배가 꽤나 되어 보이는 상사들은 항상 '버니어 캘리퍼스'를 '노기스'라고 불렀다.
"노기스 좀 줘봐.", "안되겠다. 거기 300짜리 노기스 가져와봐."
노비스? 노기스? 왜 노기스라고 부르는 걸까? 겉표지에 그려진 상표도 노기스라고 쓰여있지 않을뿐더러, 버니어 캘리퍼스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는데 말이다. 오늘은 노기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노기스'란 무엇인가?
이미 눈치들 채셨겠지만 '노기스'란 '버니어 캘리퍼스(Vernier Calipers)'를 말한다. 길이, 높이 그리고 너비 등 사람 혹은 기계의 부위 또는 부분적인 치수를 정밀한 데이터를 요구할 때 측정하는 자의 일종이다.
주로 공학자 또는 인류학자들의 골학 측정용으로 거의 필수적으로 쓰인다. 구조는 주척(어미자)과 부척(아들자)으로 나뉘며 가운데에 있는 것이 주적이며 앞뒤로 왔다 갔다 움직이는 건 부척이 된다.
'노기스'의 어원
'노기스'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생산 현장에서 흔하게 사용되었는데 그 어원은 독일의 'Nunes(1492-1578)'라는 저명한 학자의 이름으로부터 따 온 것이라고 추측된다.
이 학자가 즐겨 쓰던 '부척(副尺)'이 시대적인 어원의 변천에 따라 Nonius(발음 상 Nones)로 표기되었고 지금까지도 독일어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그리하여, 독일어 노니우스라는 발음이 일본인들을 만나고 다시 우리나라에 잘못 와전된 것으로 추측된다.
측정하는 방법
측정법은 '계산자'와 비슷한데 고정되어있는 어미자와 움직이는 아들자로 구성되어 아들자를 움직여서 옮겨진 길이를 측정한다. 일반적인 길이 측정뿐만 아니라, 물건의 두께나 마주 보는 틈 사이의 간격 그리고 실린더나 파이프 형 물건의 직경, 내경, 파인 구멍의 깊이까지도 모두 측정할 수 있다.
재질은 '스테인리스(Stainless)' 재질이 주를 이루며, 잴 수 있는 최대 길이가 150, 200, 300mm 등 그 이상되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눈금자는 1mm 이하 치수는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어렵지만 버니어 캘리퍼스는 어미자의 최소눈금인 1mm 보다 훨씬 더 작은 1/20 ~ 1/50mm 까지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아날로그 스타일에서 cm는 아들자의 0점 눈금이 어미자의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면 알 수 있다. 또한, 어미자와 아들자의 눈금이 일치하는 부분을 읽으면 mm가 되겠다.
측정법이 처음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으나 벌써부터 너무 상심해하지 마라. 가격은 아날로그 보다 3배 이상 나가지만 액정에 실시간 자동으로 데이터가 나와 편리한 디지털 버전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버니어 캘리퍼스의 용도
측정 용도에는 크게 4가지로 '4WAY 방식'이라고 부르며 제품의 외경 및 내경, 단차 그리고 깊이를 위 사진처럼 간단하게 측정할 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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